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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의 보물’을 만나다
아뿔싸! 학교들이 방학 중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매표소에는 이미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상태였고, 박물관 광장은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비명소리로 에너지가 가득했습니다. 까딱하다간 그 에너지에 짓눌려 정신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안되 지..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관람을 반드시 완주하고야 말겠다! 라고 생각한지 20분여간.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전 시장 입구에서 대기표를 뽑고 1시간 정도를 대기하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방학의 영향이 큰데 다행스럽게도 본 전시는 4월 9일까지 진행되므로 3월 이후부터 쾌적하게 관람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 다. 주차장이 매우 혼잡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집트의 보물이라고 해서 저는 단순히 번쩍번쩍 호화로운 보석과 금은장신구를 생각하고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본 전시는 그런 물건들은 보이지 않았고, 이집트 곳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토대로 고대이집트의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였지요.
영원한 삶에 대한 갈망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에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육신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었다 합니다. 그래서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할 생각을 한 것이지요. 7개월여 간의 제작기간을 거쳐서 ‘미라 가면’ 이라고 하는 관에 넣은 후 매장합니다. 이때 ‘껴묻거리’라고 부르는 부장품들을 함께 매장하는데요. 망자가 사후세계로 가서 신 들에게서 생전의 죄를 심사(?)받을 때 감면받거나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는 일종의 부적이라든지 저승에서 공 급받아 사용할 재물의 내용을 적어놓은 ‘봉헌서’, ‘봉헌조각’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거기 적혀있는 상형문 자들의 내용이 과연 뭘까 궁금했는데 ‘생선 10마리, 소 2마리, 밀 5가마…’ 이런 식이라고 합니다. 돌에 사람모양 도 있고 독수리 얼굴에 눈모양도 있고 그래서 뭔가 대단한 주문이 적혀있을 줄 알았건만 먹거리 리스트라니…역 시 먹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토우나 진시황의 병마용처럼 사후세계에서 부릴 하인을 의미하는 ‘샵티(흙인 형)’도 있었습니다. 당시 신분 계급에 따라서 이들 부장품의 규모나 품질의 차이를 비교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내세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영원을 꿈꾸던 욕망의 산물’이라고 전시는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화려한 금은보화는 없었지만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결국 똑같은 입장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풍산화동양행 디자인팀 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