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맡은바 최선을 다하고 계신 임직원 여러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푸르른 초목들이 더욱 활개를 펼치는 여름의 중턱이지만,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내수, 수출 등의 부진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매년 ‘위기’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식상한 단어로 느껴지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가랑비에 옷 젖듯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경제는 매년 좋지 않다’, ‘연말이 되면 실적이야 어떻게든 될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과 장밋빛 기대를 이제는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지속되고,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 등 하방요인으로 인하여 낮아지고 있습니다.
관점을 우리 회사 방산부문으로 좁혀서 살펴보면 최근의 국제정세와 국방정책 변화에 따라 항공, 지휘통신 분야 대비 탄약관련 국방예산 및 신규 사업 등은 후순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내 한 방산업체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하여 관급자재를 공급받던 우리 회사를 포함한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출 분야 또한 중동지역 및 미주지역 물량 확보의 어려움, 플랜트 수출 둔화 등으로 매출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긴 세월의 부침을 겪고 있는 생태계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입니다.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 이 말의 본래 어원은 ‘Survival of the Fittest(가장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강함과 약함으로 구분되는 문제가 아니라 위기와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 하였느냐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기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공포의 대상이자 포식자로 한 시대를 군림한 공룡이 어느 순간 멸종하여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는 바퀴벌레는 그 모든 험난한 세월을 이기고 견뎌내며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습니다. 이 사례만 보아도 ‘강하다’라는 것은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한 자에게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업의 경영환경 역시 생명체가 활동하는 생태계의 환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신규 사업 창출과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품질개선 및 생산성 향상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나가며, 꾸준한 영업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 나아가는 것이 그 해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 맡은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힘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17년 말 통계청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업 30년 이상인 장수 기업의 비율은 단 1.9%에 불과 합니다. 1997년의 IMF 사태, 2008년의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그동안의 어려운 환경들을 극복하지 못한 기업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대처하여 오늘날의 풍산을 만들었습니다. 50년 이상의 시간을 지탱하며 걸어왔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만의 능력과 노하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잠시 웅크리는 시점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이를 2보 전진을 위한 기회로 삼고 다가올 풍산의 희망찬 미래를 향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다 같이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