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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경제위기 그리고 위기 극복의 실마리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한국 등 주변국을 넘어 미국·유럽 등 전세계에서 수많은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전 세계는 긴급명령, 입국금지, 휴교, 폐쇄 등 전쟁상황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조치들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즉 전 세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조금이나마 거시적인 시야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근래의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풍산홀딩스 전략기획실
출처 : 신현규 기자, 코로나발 위기, 야구로 치면 1회초 진입…큰 기업 40% 이상 사라질 것, 매일경제, 2020. 03. 24

팬데믹(Pandemic)의 역사

팬데믹은 그리스어로 ‘모든’을 뜻하는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ic’이 합쳐진 단어로 전세계적인 전염병의 대유행을 뜻한다. 가장 대표적인 팬데믹은 약 7,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알려진 중세시대의 흑사병이 있으며, 20세기 이후로는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가 있다.


⑴ 스페인독감(1918~1919)

20세기 이후의 첫 팬데믹. 미국에서 최초 발병됐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탓에 큰 이슈를 끌지 못했다. 중립국으로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던 스페인 언론이 주로 다루면서 ‘스페인독감’으로 불렸다. 약 5,0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우리나라에도 전파돼 약 740만 명이 감염, 약 14만 명이 사망했다.

⑵ 아시아독감(1957~1958) & 홍콩독감(1968~1969)

아시아독감은 중국에서 발병하여 전세계에 전파돼 약 2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홍콩독감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최초로 팬데믹을 선언했던 질병이다. 치사율은 낮지만 강력한 전염성으로 전세계에서 약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⑶ 사스(2002~2004)

중국에서 발병 후 전세계로 전파됐다. 약 800명의 사망자 중 홍콩에서만 300명이 사망했다. 마스크 등 개인위생 강화,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기관 폐쇄, 입국자 발열 확인 등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⑷ 신종플루(2009)

멕시코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번진 독감으로, 1918년의 스페인독감과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였다. 76개국에 전파되어 2만여 명이 사망했다.

⑸ 메르스(2012)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86명의 환자가 발생,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중동 외 지역으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남긴 병이기도 하다

⑹ 코로나19(2019~)

2020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206개 국가에 전파돼 82만 명의 감염자와 4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했다. 지금도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며. 현재까지의 피해만으로도 1968년 이후로 최대의 팬데믹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

사스와 메르스가 발병했던 당시 일시적인 경제의 충격은 있었지만 단기간 내에 W자로 회복했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2월에도 그와 같은 패턴으로 짧은 기간 내에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현재 유행하는 동학개미운동1)도 어찌 보면 이러한 전망을 근거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전염의 범위, 속도 등에 있어서 과거 사스 및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산업 생산, 인적 자원의 이동, 민간 소비 등 전반에 걸쳐 피해가 확산 중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했고, 기업들의 체감경기지수도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인 65.5를 기록했으며, 전망치는 59.3으로 나타났다.

위기는 더 큰 베팅을 위한 담금질의 계기

존 체임버스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 동안을 시스코(CISCO)의 CEO로 재임했다. 재임기간 동안 시스코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7년 리만브러더스 파산 등 수차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네트워크 설비·서비스 분야 점유율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위기들을 되돌아보며 “길게 보면 위기는 언제나 더 큰 미래를 위해 거대한 베팅을 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담금질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변화에 얼마나 적응을 잘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의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모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리더들은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둘째, 드러난 현상이 아닌 근본적 원인을 살핀 후 현실적인 대응을하고, 회사의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미래를 위한 새 그림을 그리고, 꾸준하게 이를 모두에게 업데이트 해야한다. 과거와 다른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면서 모두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데 오랜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존 체임버스는 2001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주가가 80%나 떨어지면서 회사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새벽 6시에 모든 임원들을 소집해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비상경영계획을 세웠고, 51일 안에 그 경영계획을 집행했다.

1)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에 등장한 신조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