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에 추억을 담듯 음식점에서 음식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저 한 장의 음식사진에도 추억이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보며 부모님과 함께 했던 행복한 유년시절을 떠올릴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연인과 설레는 마음으로 데이트하던 시절을 추억할 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사진 속 추억의 배경으로 자리잡은 곳, 우리는 그곳을 추억의 맛집이라고 부릅니다. 부산 남포동에는 추억의 맛집이 3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소문을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른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이 길었습니다. 다만 내부가 커서 테이블 순환이 빨라 금방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습니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밝고 차분한 톤으로 나이와 연령에 관계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가족 레스토랑 느낌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테이블 간격이었는데, 가게 내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온 일행과 대화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추억을 담고 있는 사이, 지인의 추천으로 주문한 치즈 크러스트 피자가 나와 그동안 말로만 전해 들었던 피자를 처음으로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재모 피자의 특징을 말할 때 치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흘러넘칠듯 하면서 너무 과하지도 않은 치즈 토핑은 처음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식 피자의 짜고 기름진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깔끔하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계속 씹을수록 치즈 자체의 고소한 맛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치즈의 질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치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크러스트 안에도 치즈가 들어 있다보니 치즈로 인해 토마토 소스 맛이 가려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토핑 종류와 피자 크러스트를 어떤 것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입 안 가득 채우는 ‘이재모 피자’만의 풍부한 치즈 맛이 있었기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도 모릅니다.
부산음식하면 돼지국밥, 밀면과 같은 향토음식과 회, 꼼장어 같은 해산물 맛집들을 떠올리던 제게 부산 친구들이 추천해준 ‘이재모 피자’. 굳이 부산까지 여행가는 사람에게 피자집을 추천해 준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이 잠시 일상을 떠나 추억이란 흔적을 남기고 오는 것이라면, 다가오는 연말에 부산 사람들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오시는 건 어떨까요. 타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이재모 피자’만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실 거라 생각합니다.